
멕시코시티 거리를 가득 채운 해골 분장과 거대한 카트리나, 주황빛 꽃 사이로 이어지는 화려한 행렬.
멕시코 망자의 날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대형 퍼레이드는 신생입니다.
2015년 영화 《007 스펙터》의 오프닝에는 멕시코시티에서 거대한 망자의 날 퍼레이드가 열리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당시 실제 멕시코시티에는 영화와 같은 규모의 연례 퍼레이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6년, 멕시코시티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망자의 날 퍼레이드가 열렸습니다. 영화 속 장면이 현실의 축제가 된 셈입니다.
그렇다고 새로 생긴 축제는 아니다
대형 퍼레이드의 역사는 짧지만 망자의 날 전통 자체는 훨씬 오래됐습니다.
멕시코 여러 공동체에서는 오랫동안 세상을 떠난 가족을 기억하고 맞이하는 의식을 이어왔습니다. 집이나 묘지에 제단을 만들고 꽃과 촛불, 음식 등을 준비하는 풍습도 그 일부입니다.
오늘날 망자의 날은 원주민 공동체의 죽은 자를 기리는 전통에 가톨릭 문화의 요소가 오랜 시간 결합하며 형성된 문화로 설명됩니다.
유네스코는 이 전통을 2003년 처음 선언했고, 2008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했습니다.
무슨 날일까?
망자의 날은 스페인어로 Día de Muertos라고 합니다.
가족들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시기에 다시 찾아온다고 여기며 고인의 사진과 좋아했던 음식, 꽃과 촛불 등을 준비합니다.
죽음을 무섭거나 불길한 것으로만 바라보는 날이라기보다, 세상을 떠난 가족을 기억하고 다시 맞이하는 데 중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망자의 날의 해골과 화려한 장식도 단순한 공포 이미지와는 의미가 다릅니다.
언제 열릴까?
중심이 되는 날은 매년 11월 1일과 2일입니다.
11월 1일: 전통적으로 세상을 떠난 어린이들을 기리는 날
11월 2일: 세상을 떠난 성인들을 기리는 날
준비와 행사는 더 일찍 시작되기도 합니다.
지역과 전통에 따라 10월 27일부터 제물을 차리기 시작해 11월 3일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공개 행사와 퍼레이드 일정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상징의 의미
거리와 제단에는 망자의 날을 상징하는 여러 요소가 등장합니다.
꽃과 해골부터 음식, 촛불, 종이 장식까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고인을 기억하고 맞이하는 문화와 연결돼 있습니다.
오프렌다
망자의 날의 중심에는 오프렌다(ofrenda)라고 부르는 제단이 있습니다.
가족들은 집이나 묘지에 고인의 사진과 함께 촛불, 꽃, 음식, 음료와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물건을 놓습니다.
고인을 기억하면서 돌아오는 영혼을 맞이하기 위해 마련하는 공간입니다.
셈파수칠
망자의 날 사진에서 빠지지 않는 주황색 꽃이 셈파수칠(cempasúchil)입니다.
제단과 묘지를 장식하고 꽃잎으로 길을 만들기도 합니다. 가족들이 꽃잎과 촛불, 제물을 이용해 영혼이 돌아오는 길을 마련하는 전통도 이어집니다.
음식과 판 데 무에르토
오프렌다에는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과 음료도 올라갑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판 데 무에르토(Pan de Muerto)입니다.
‘죽은 자의 빵’이라는 뜻의 달콤한 빵으로, 제단에 올리거나 가족이 함께 나누어 먹습니다.
칼라베라와 카트리나
형형색색의 해골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해골을 뜻하는 칼라베라(calavera)는 설탕이나 초콜릿, 종이와 도자기 등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집니다.
화려한 옷과 모자를 쓴 여성 해골 카트리나(La Catrina) 역시 오늘날 망자의 날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습니다.
공포 분위기를 만드는 것만이 목적은 아닙니다. 죽음을 삶과 동떨어진 것으로 숨기기보다 예술과 유머 속에서 함께 표현하는 멕시코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파펠 피카도
거리나 제단 위에 걸린 알록달록한 종이 장식은 파펠 피카도(papel picado)입니다.
얇은 종이를 정교하게 오려 만드는 멕시코 전통 장식으로, 망자의 날에는 해골이나 꽃 같은 문양으로 거리와 제단을 꾸밉니다.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망자의 날은 멕시코 전역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열리는 하나의 축제가 아닙니다.
지역과 공동체마다 이어온 방식이 다릅니다.
멕시코시티
화려한 도시형 행사를 대표하는 곳입니다.
대규모 퍼레이드를 비롯해 카트리나 행렬, 대형 오프렌다와 여러 문화 행사가 도심에서 열립니다.
영화나 사진을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망자의 날의 화려한 모습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오악사카
오악사카에서는 거리와 지역 공동체가 축제의 중요한 무대가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콤파르사(comparsa)와 무에르테아다(muerteada)입니다.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분장하고 밴드의 음악과 춤을 곁들이며 마을과 거리를 이동합니다. 지역에 따라 형태와 일정도 서로 다릅니다.
미초아칸
미초아칸의 파츠쿠아로 호수 주변은 푸레페차 공동체의 망자의 밤 전통으로 특히 유명합니다.
파츠쿠아로와 친츤찬, 하니치오를 비롯한 푸레페차 공동체에서는 가족들이 제단에 음식과 꽃, 촛불을 올리고 묘지를 찾아 고인을 기억합니다.
특히 하니치오에서는 가족들이 묘지에서 시간을 보내며 세상을 떠난 가족을 기리는 전통이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지켜야 할 예절
망자의 날에는 관광객을 위한 대형 행사도 있지만 모든 장면이 관광용 공연은 아닙니다.
특히 작은 공동체와 묘지에서는 실제 가족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이나 가족 제단을 가까이에서 촬영할 때는 먼저 허락을 구하세요.
묘지와 오프렌다에 놓인 꽃이나 음식, 물건에는 손대지 마세요.
가족들이 추모하고 있는 공간에는 함부로 들어가지 마세요.
출입이나 촬영을 제한하는 현지 안내가 있다면 따라야 합니다.
미초아칸 문화 당국도 파츠쿠아로와 친츤찬의 망자의 밤을 찾는 방문객에게 공동체의 전통을 존중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멕시코시티와 오악사카의 공개 행사에서는 카트리나 분장과 의상을 입은 참가자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망자의 날을 단순히 ‘멕시코판 핼러윈’으로 보는 것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려한 퍼레이드와 분장 뒤에는 실제 고인을 기억하는 가족과 공동체의 시간이 함께 존재합니다.
영화에서 시작된 거대한 퍼레이드부터 집 안의 작은 오프렌다, 촛불을 밝힌 묘지까지 망자의 날의 모습은 하나가 아닙니다.
화려한 해골과 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나면 멕시코 망자의 날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밤까지 이어지는 망자의 날 여행이라면
망자의 날은 저녁과 밤까지 이어지는 행사가 많습니다. 미초아칸 문화 당국도 파츠쿠아로와 친츤찬의 망자의 밤을 찾는 여행자에게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일정과 긴 도보 이동에 대비해 편한 신발과 따뜻한 옷을 준비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퍼레이드와 야간 행사까지 둘러볼 계획이라면 해외여행보험을 비교할 때 현지 질병·상해 의료비, 휴대품 손해, 항공편·수하물 지연 등의 보장 여부와 제외 조건도 함께 확인해 두세요.




